▲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현장에서 파손된 민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e-뉴스 25=백지나 기자] 6일 경기도 포천 지역에서 발생한 전투기 민가 오폭 사고는 무사안일주의가 부른 인재로 드러났다.
12·3 비상계엄에 따른 탄핵 정국으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지속되고 국방부 장관과 주요 군 지휘관들이 줄줄이 기소되는 혼란한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군기가 살아있어야 할 일선 군부대의 기강이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군이 10일 발표한 전투기 오폭 사고 중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를 낸 전투기 2대의 조종사들은 표적 좌표를 잘못 입력하고, 이를 3단계에 걸쳐 재확인하는 절차를 게을리했다. 부대 지휘관들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공대지 폭탄 실사격 훈련에 대한 지휘·감독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이번 전투기 오폭 사고는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 일대에서 진행된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한 한국군 전투기가 공대지 폭탄 MK-82 8발을 사격장이 아닌 민가에 잘못 투하해 발생했다.
6일 오전 9시 19분 군산 공군기지에서 이륙해 9시 45분 대기 지점에 진입한 KF-16 전투기 2대는 10시 4분에 각 4발의 MK-82 폭탄을 투하했다. 당시 전투기들의 고도는 약 1.2km, 속도는 시속 810km였다.
투하된 폭탄은 사격장 내 표적으로부터 남쪽으로 약 10km 떨어진 지점에 떨어져 민간인과 군인 수십 명이 다쳤다.
오폭 사고를 일으킨 KF-16 조종사 2명은 사고 전날인 5일 비행 준비를 하며 다음 날 실무장 사격을 위한 표적 좌표를 입력했는데 잘못 입력했다. 1번기 조종사가 표적을 포함한 경로 좌표를 불러주고 2번기 조종사가 이를 입력했는데 이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 이를 바로잡을 기회도 살리지 못했다.
1번기 조종사는 ▲ 비행임무계획장비(JMPS)를 활용한 비행 준비 과정 ▲ 비행자료전송장치(DTC)를 전투기에 로딩한 후 이륙 전 항공기 점검 과정 ▲ 사격 지점에서 표적 육안 확인 과정 등 임무 과정에 걸쳐 적어도 세 차례 이상 표적을 재확인해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특히 비행 경로와 표적 지역 지형이 사전 훈련 때와 약간 다르다고 느꼈으나, 정해진 탄착 시각(TOT)을 맞추느라 조급해져 표적을 정확히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했음에도 '표적 확인'이라고 보고하고 폭탄을 투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2번기 조종사는 정확한 표적 좌표를 입력했지만, 1번기와 동시 투하를 위해 밀집 대형 유지에만 집중하느라 표적 좌표를 벗어난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1번기 지시에 따라 동시에 폭탄을 투하했다. 부대장의 지휘·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군은 "해당 부대 지휘관인 전대장(대령)은 상부 지시와 연계한 안전 지시 사항을 하달하는 등 전반적인 지휘 관리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번 훈련 계획 및 실무장 사격 계획서 등에 대한 검토가 미흡했고, 안전 관련 사항에 대해 대대장에게 위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대장(중령)은 실무장 연합·합동화력 훈련임을 감안해 조종사들의 비행 준비 상태를 적극적으로 확인, 감독했어야 하나, 일반적인 안전 사항만을 강조하였을 뿐, 이번 실무장 사격 임무에 대한 세밀한 지휘·감독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부대장이 ▲ 임무편조의 비행기록장치 확인 등을 통한 사격편조의 문제점 파악 ▲ 표적 브리핑 확인 절차 등 세부적 비행준비상태 확인 및 감독 ▲ 사전에 실무장 계획서에 대한 임무 조종사 보고와 검토 등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공군은 밝혔다.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의 공역 통제와 최종공격통제관(JTAC)의 폭탄 투하 승인은 절차대로 이뤄졌다고 공군은 설명했다.
공군은 "이번 실무장 사격에서 MCRC에 부여된 임무는 대기 지점까지의 유도와 공역 통제, 주변 항적 분리, 비행금지·제한구역 침범 방지 등이었으며, 이는 정상적으로 수행됐다"며 "임무 항공기가 대기 지점을 출발한 이후부터는 MCRC가 아닌 사격장 내 JTAC의 통제를 받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JTAC은 표적 또는 항공기를 육안으로 확인한 상태에서 조종사가 '표적 육안 확인'을 통보하면 사격을 승인한다"며 "이번 사고의 경우 조종사가 '표적 육안 확인'을 통보했으므로 JTAC은 절차대로 이를 승인했다"고 덧붙였다.
사고를 낸 전투기가 잘못된 표적으로 이동하면서 비행 경로를 벗어난 상황에서 항공 관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공군은 이번처럼 조종사가 잘못된 표적을 입력해 오폭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교차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