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뉴스 25=백지나 기자] 헌법재판소가 대법원과 장기간 첨예하게 각을 세워온 KSS해운의 세금 사건 관련 위헌성을 살펴보기로 했다. 과세 근거가 된 부칙이 효력이 없고, 대법원 재판도 잘못됐다고 결정했음에도 국세청이 이를 따르지 않는 게 위헌인지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헌재는 22일 KSS해운이 제기한 ‘행정부작위 위헌확인’ 헌법소원 청구 사건을 13일 전원재판부에 회부해 심리 중이라고 밝혔다.
KSS해운은 1989년 증권거래소 상장을 전제로 법인세를 감면받았지만 2003년까지 상장을 완료하지 못했다. 이에 세무 당국은 2004년 1월 세금 65억원을 부과했다. KSS해운은 세금 부과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고, 대법원도 2011년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당시 KSS해운은 조세감면규제법 전부 개정법률이 1994년에 시행되면서 부칙도 효력을 잃은 것으로 봐야 하므로 세금 부과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법이 개정됐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부칙이 효력을 잃지 않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봤다.
KSS해운은 재판과정에서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2009년 2월 다시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2012년 문제가 된 부칙에 효력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의 한정 위헌 결정을 했다. 대법원과 헌재의 법률 해석이 엇갈린 셈이다.
KSS는 헌재 판단을 근거로 대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대법원은 2013년 해당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헌재의 결정은 법률 조항 자체가 아닌 조항의 특정한 해석과 적용만 위헌으로 선언한 것으로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법원이 이를 따를 필요가 없고 재심 사유도 될 수 없다고 봤다.
KSS해운은 다시 헌재를 찾아 재심 기각 판결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9년에 걸친 심리 끝에 "대법원 판결을 취소한다"는 결정을 했다. 대법원이 위헌인 법률을 근거로 세금을 내야 한다고 판단해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 청구권을 침해했다는 게 골자다. KSS해운은 헌재 선고 이후 대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현재까지 판결이 나오지 않고 있다.
헌재와 대법원의 힘겨루기가 진행되는 동안 사건은 방치됐다. KSS해운이 2023년 국세청에 법인세를 직권으로 취소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후속 조치가 없었고,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바뀌는 것은 없었다. 국민권익위가 '법인세 등 부과 처분을 취소하되 환급가산금은 지급하지 않는 방안을 고려하라'는 취지의 의견을 냈지만 국세청은 이를 따르지 않은 것이다. 이에 KSS해운은 국세청이 부과 처분을 취소하지 않아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당했다며 지난달 14일 헌법소원 심판을 다시 청구했다.
대법원이 헌재의 한정위헌 또는 재판 취소 결정을 따르지 않는 사례는 반복되고 있다. KSS해운과 유사한 과정을 겪고 있는 GS칼텍스, 롯데DF리테일도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여전히 계류 중이다. 헌재는 대법원이 헌재 결정에 따라 재심청구가 됐음에도 장기간 선고하지 않는 사례가 총 5건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회는 법원의 판결을 헌재에 심판을 청구해 다툴 수 있도록 하는 '재판소원' 제도를 담은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헌재는 국회에 재판소원제 도입 필요성이 공감한다는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