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e-뉴스 25=백지나 기자] 1960년대 납북됐다가 북한 간첩으로 몰려 사형당한 고(故) 오경무 씨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지난 1967년 기소된 뒤 58년 만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오경무 씨에게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오경무·경대 씨 형제는 1966년 이복 형에게 속아 북한으로 밀입국했다 돌아온 뒤 모두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경무 씨는 사형을, 경대 씨는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여동생 오정심 씨에게는 경무 씨가 간첩임을 알면서도 편의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경무·정심 씨에 앞서 법원은 지난 2020년 11월 경대 씨의 무죄를 확정하면서 남매들의 누명을 벗기기 시작했다. 이후 경무·정심 씨 역시 지난 2023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심 1심은 "피고인들의 수사기관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증거들과 불법 체포 당시 압수된 내용을 기재한 압수 조서 등은 불법 체포에 따른 가혹행위로 인해 임의성이 없는 상태에서 진술한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경무 씨 밀입북했다가 국내 입국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경무 씨가 밀입북했다가 국내로 입국한 것이 국가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경무 씨에 대한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특수 잠임·탈출을 유죄로 보지 않을 경우 단순 잠입·탈출 혐의를 적용해 처벌해달라"며 공소장을 변경(예비적 공소사실)했다. 정심 씨에 대해선 항소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심 2심은 "예비적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이적 지정'(국가 존립·안전,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해치는 행위를 할 의도)이 인정돼야 한다"며 "그런데 경무 씨가 북한에 갔다 돌아온 행위에 대해 '북괴 지령 하에 목적 수행을 협의하기 위한 월북 권고임을 알면서도 수락하고 탈출했다'라거나 '북괴 지령을 받고 잠입했다'고 볼 수 없는 것은 물론 이적 지정을 인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