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법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친아버지에게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거짓 기억을 교인들에게 주입해 허위 고소를 유도한 혐의로 기소된 교회 장로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교회 장로이자 전직 검찰 수사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함께 기소된 A씨의 아내 B씨와 교회 집사 C씨도 무죄가 확정됐다.
이들은 교인인 20대 세 자매에게 “친부로부터 4~5살 때부터 지속해 성폭행을 당했다”는 허위 사실을 믿게 하고 2019년 8월 친부를 성폭행 혐의로 허위 고소하게 한 혐의로 2021년 7월 불구속 기소됐다. 다른 여성 신도에게는 “외삼촌에게서 성폭행당했다”는 기억을 주입해 허위 고소를 유도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A씨 등이 이단 의혹을 제기하는 자매의 아버지가 형사처벌을 받게 만들어 입막음을 하려는 의도로 이런 일을 꾸몄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평소 “신의 계시를 듣고 환상을 본다” “천국을 가는 열쇠가 있다” “아픈 곳을 치유해주거나 미래를 맞힐 수 있다”면서 선지자 행세를 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아내는 과거 성폭력 상담소에서 상담 업무에 종사했던 경력이 있어 교인들의 성 관련 문제에 대한 상담도 진행해왔다고 한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A씨와 B씨에게 징역 4년, C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종교적 권위를 이용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20~30대의 교인들을 상대로 수개월 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 일상적 고민을 고백하도록 하고 이를 모두 죄악시하여 교인들을 통제했다”며 “고소사실을 만들어내 고소인들, 피무고자 평생의 삶과 가정의 평안을 송두리째 망가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심은 이를 뒤집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성폭행 피해가 모두 허위로 드러났지만, 이들이 허위사실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이들이 왜곡된 성 가치관과 부적절한 상담 방식으로 “서로에게 잘못된 기억을 유도하고 확대 재생산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면서도 “피고인들이 피해 사실을 실제로 믿었거나 믿을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여러 정황이 존재하고 주변인들 역시 그랬던 정황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검사 측이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 잘못이 없다고 보고 이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