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도형씨가 2024년 3월 23일(현지시각)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경찰청에서 조사받은 뒤 무장 경찰대에 이끌려 경찰청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e-뉴스 25=백지나 기자]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3) 테라폼랩스 설립자가 미국 법정에서 유죄를 인정하고 최고 형량을 대폭 낮추는 데 합의했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권씨는 12일(현지시간)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검찰과 협의한 대로 사기 공모와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등 2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그는 유죄 협상의 일환으로 1930만달러(약 263억원)와 일부 자산 환수에도 동의했다.
권씨는 "나는 다른 사람들과 테라폼랩스의 가상화폐 구매자들에게 사기를 저지르는 데 동의했고 실제로 그들을 속였다"면서 "내가 저지른 행위는 잘못됐고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법상 사기 공모 혐의의 최고 형량은 징역 5년,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혐의의 최고 형량은 징역 20년이지만, 미국 검찰은 유죄 협상(플리바겐)에 따라 권씨에게 최대 12년형을 구형하겠단 입장이다. 선고는 12월11일로 예정돼있다.
검찰은 또 권씨가 미국에서 형기 절반을 복역한 뒤 해외 이송 프로그램을 신청할 경우 이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씨가 한국행을 신청하면 남은 형기는 한국에서 복역할 수 있단 의미다. 권씨는 한국에서도 기소된 상태다.
권씨가 돌연 유죄를 인정하기로 입장을 바꾼 건 친(親)암호화폐 정책을 펴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사면을 의식한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권씨는 2018년 설립한 테라폼랩스를 통해 코인 1개당 가치가 미화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했다고 주장하는 스테이블코인 테라와 자매 코인 루나를 발행했지만 실제로는 달러와 연동이 되지 않아 테라 가치가 2022년 5월 사실상 '제로(0)'로 폭락, 투자자들에게 400억달러(58조원) 규모의 손실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권씨는 2021년 5월 테라 가치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테라 프로토콜'이라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가치가 자동으로 회복됐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테라폼랩스와 계약한 투자회사가 테라를 몰래 사들이도록 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부양한 시세조종 혐의도 받는다.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2023년 3월 권씨가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직후 권씨를 증권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상품 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총 8개 혐의로 기소한 데 이어 지난해 말 몬테네그로로부터 권씨의 신병을 인도받은 뒤 자금세탁 공모 혐의를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