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뉴스 25=백지나 기자] 김상환(59·사법연수원 20기)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21일 "변화하는 사회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보수나 진보라는 이념의 틀이 아니라 '기본권 보장과 헌법 가치의 실현'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사명에 기초해 헌법을 이해하겠다"며 이같은 인식 하에 헌법재판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현행 헌법은 우리 국민들의 희생과 헌신에 터 잡아 탄생했고,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국민들의 굳은 신념과 실천의 역사가 있다"며 헌재소장으로 임명된다면 "이를 떠올리며 헌법조항을 해석하고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또 "국민 모두가 자유와 창의를 발휘할 기회를 최대한으로 누리고, 평등한 시민으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균형 잡히고 개방된 시각으로 헌법을 바라보겠다"며 "헌법정신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공동체 구성원은 물론 미래 세대 역시 하나로 통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최근 더욱 논란이 심화하는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 문제에 관해 확고한 철학을 밝혔다. 법원의 일반 재판보다 상대적으로 더 논쟁적인 영역을 많이 다루는 헌법재판의 특성에 따라 헌재 판단을 놓고 여러 견해가 제시돼왔다.
그는 "우리 사회에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음을 늘 의식하겠다. 그 조언에 귀를 기울이겠다. 헌재는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권한 행사를 위임받았고, 국민의 신뢰 없이 헌법재판이 정당화될 수 없다"며 "부당한 외부 사정에 흔들림 없이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에 이뤄지고 있음을 국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또한 "결정문에 담기는 객관적이고 세심한 논증이 이해가 쉬운 말로 전달될 수 있게 하겠다"며 "불필요한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합리적으로 소통하며 국민의 신뢰를 쌓아가겠다"고 덧붙였다.
그간 법원 판결과 헌재 결정을 놓고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나 예스러운 어투, 법조계에서만 통용되는 표현 등으로 국민의 정서와 괴리돼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아울러 판결문 전면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져 왔다.
대법관을 지낸 김 후보자가 이런 점을 고려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헌재 판결을 이끌고 국민이 이해하기 쉽게 결정문을 쓰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자는 1994년 3월 부산지법 판사로 임관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 서울고법 부장판사, 중앙지법 민사1수석부장판사 등을 거쳐 작년 12월 대법관 임기를 마치고 퇴직할 때까지 30년 넘게 법관 생활을 했다.
김 후보자는 법관 생활 가운데 헌재에 파견돼 헌법연구관으로 4년간 근무한 경험을 언급하며 "관념 속에서만 자리 잡고 있었던 '헌법의 최고 규범성'을 깊이 실감할 수 있었다"며 "나아가 헌법 27조에서 정한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해 재판제도가 마련된 것임을 보다 무겁게 의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그동안 관여했던 판결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지만 비판적 관점의 평가가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그렇지만 엄격하지만 넓고 따뜻한 헌법의 시선으로 재판하는 것에 소홀하지 않으려 했고, 법정에서 절실한 호소를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귀담아듣고 최종 판단에 이른 이유와 사정을 소상히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라고도 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비상계엄으로 말미암은 탄핵과 관련해 "국민의 기대와 의문이 교차하는 가운데 헌법재판관들은 신중하고 치열한 심리를 거쳐 그 책무를 다했다"며 "우리 국민이 평화적으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한번 민주주의 회복력을 입증할 수 있도록 하는 토대가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