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법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이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위자료 청구권이 여전히 인정된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2일 유모 씨 등 33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1990년대 마련된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보상 법률 조항에서 비롯됐다. 해당 법에는 당사자나 유족이 보상금을 받으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이 담겨 있었고, 이로 인해 그동안 유족들은 추가로 국가배상을 요구할 수 없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21년 이 조항이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 청구까지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이후 유족들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보상금 지급 결정에 동의한 시점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지났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1심 재판부는 유족들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보상금이 사회보장적 성격의 금전일 뿐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와는 성격이 다르다며, 위자료가 지급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은 보상심의위원회의 지급 결정일을 기준으로 단기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됐다며 유족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유족들이 고유한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장애가 존재했다고 봤다. 위헌 결정으로 인해 비로소 그 제약이 해소됐다는 판단이다.
또 과거사 사건의 특수성과 국가배상제도의 취지, 피해자 보호의 필요성을 종합하면 보상금 지급 결정 당시 유족들이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해당 시점을 소멸시효의 시작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별개의견도 제시됐다. 오경미 대법관은 국가가 소멸시효를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 남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반면 노태악 대법관은 피해에 대한 충분한 보상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위자료 청구권은 이미 시효가 완성됐다며 입법을 통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산업재해와 관련한 근로복지공단의 구상권 행사 범위를 둘러싼 기존 판례도 변경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지게차 운전기사와 임대인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공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기존에 산재보험법상 ‘제3자’를 재해 근로자와 보험 관계가 없는 자로 해석해 왔으나, 이번 판결에서는 같은 사업장 위험을 함께 부담하는지 여부가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는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